82년생 김지영을 통한 공존의 공간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진다. 82년생 김지영을 생각하면 '맞아 그랬었지'라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80년대생의 공통점을 말하고 싶었던 김지영이라는 사람으로 인해 누구의 잘못이 아닌 하지만 아무도 몰랐던 우리의 이야기를 꺼내어 본다. 어릴 땐 막연하게 아이는 당연히 3명 정도 낳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한 명만 낳을까? 내 삶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세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그래도 한 명은 낳아야지 하는 80년대생의 암묵적인 약속들 아직은 어른들이 그래도 '2명은 있어야지'라는 말과 함께 나도 모르게 '그럼 누가 키워?'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82년생 김지영을 보면서 그전에 논란이 되었던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 단어를 녹일 만큼의 논란이 일게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많은 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글귀들이 남자들 때문에 라기보단 우리네 엄마들과 우리의 현재 시점을 적절하게 적어 놓은 듯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네 엄마들 시절에는 아빠들 위주로 돌아갔었기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친정과 시댁의 엄연한 차이를 둔 세대라서 약간의 우리 시대에 과도기 시절이 되지 않았나 싶다. 내 딸은 이렇게 살지 않기를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세뇌 아닌 세뇌를 받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여자라서 엄마라서 남자라서 아빠라서 부모라서 이 무거운 듯 가볍게 불리는 말들이 시간이 지나도 알 수 없는 마음이 자리 잡게 된다. 각자의 삶에서 투영되는 환경과 주제들이 나에게는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고 사랑받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다. 가끔은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에 나를 대입해 보기도 하고 그 글 속에 젖어들어버릴 때도 있다. 이럴 때도 저럴 때도 있는 이 마음들을 꽁꽁 숨겨 놓기보단 서로 공감해 주고 들어주는 게 어떨까? 마음속의 잠들을 숨겨 놓기 시작할 때부터는 내속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가시 돋친 말로 하기보단 그냥 자연스럽게 말을 해보자. 제삼자가 되어 말하지 말자. 내가 누구이며 내 마음을 말해보고 사랑해 주었으면 내 말에 귀 기울여 보자. 힘 내보자.
책부터 연극으로 또는 영화로 만나보는 80년생의 공간
아직도 82년생 김지영을 연극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이 따른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 때 가장 큰 힘이 되지 않는가 책으로도 너무 좋지만 연극 또는 영화로 더 사실적으로 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을 때 감정이입은 더 커지게 되어있다. 책으로 볼 땐 내가 상상하던 김지영으로 연극으로는 또 다른 김지영의 이미지로 투영시키게 된다. 내 자아가 들어갈 수 있다는 자체로도 흥미롭다. 책 속의 자아 연극 속의 자아 영화 속의 자아가 같은 제목으로 표현되지만 각기 다른 자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기도 하다. 2022년 9월부터 공연 중인 82년생 김지영은 소유진, 임혜영, 박란주, 김승대, 김동호, 송영숙, 최정화, 도율희, 안솔지, 김원목, 장두환 등이 출연하게 된다. 영화보다는 몰입감이 더 느껴지는 연극을 좀 더 추천하고 싶다. 이 연극을 같이 보는 관객 속에서도 또 같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온 동지애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연극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 같은 배경 속에 있는 그 모든 사람들과 암묵적인 공유의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영화로 봤던 김지영은 정유미 배우님이 제삼자로써 말하는 그 부분이 참 많이 와닿고 감명 깊었다. 나 자신 그대로는 말할 수 없는 그 답답한 속내 그게 무엇인지 알기에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었고 어디 한번 나도 대놓고 이야기해보자라는 상상을 하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제삼자로써 말하는 그 부분은 바로 친정엄마로 빙의해서 시어머니께 하는 말이었다. 남으로 만나서 가족이 되면 참으로 어려운 부분도 많고 좋은 부분도 있고 그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있는데 이 영화를 시부모님이나 남편이 꼭 같이 봐주었으면 하는 느낌이 온다. 책으로 영화로 연극으로 만났던 김지영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내 이야기를 대신해주어서 고맙고 잘 표현해 주어서 고맙고 친구가 되어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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